티스토리 뷰

  • 책소개




    망각의 안개가 내린 황량한 평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과거와 기억, 사랑에 관한 잊히지 않을 이야기


    고대 잉글랜드의 안개 낀 평원, 노부부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토끼 굴 언덕 마을에 살면서 동족인 브리튼족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온 마음을 다해 보살피지만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기억하는 것이 없다. 마을을 뒤덮은 망각의 안개가 이들 부부뿐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의 기억을 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안개는 사람들에게서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기억도, 오랜 원한과 상처에 대한 기억도 모두 가져가버렸다. 어느 날, 안개로 자욱한 기억 저편에서 비어트리스는 문득 자신들에게 다 큰 아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아들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길을 떠난 노부부는 하룻밤 묵어가기 위한 마을에서 용감한 젊은 색슨족 전사 위스턴이 도깨비들에게 납치된 소년 에드윈을 구해내는 장면을 보게 된다. 액슬은 위스턴을 보면서 자신 역시 아마도 한창 나이 때는 위스턴과 같은 전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한편 도깨비에게 물린 상처로 인해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 소년은 전사와 함께 마을을 떠나 노부부의 여정에 동참하고, 이들은 곧 낡은 갑옷을 입은 늙은 기사 가웨인 경을 만난다. 액슬을 알아보는 듯한 가웨인 경은 그러나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임무를 숨긴 채 이들과 동행한다. 힘겹게 찾아간 수도원에서는 수상한 의식이 행해지는 가운데 이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흔들리는 바구니에 몸을 싣고 강물 위를 떠내려가다 도깨비에게 공격을 당하는가 하면, 독을 품은 염소를 끌고 산을 오르는 일도 있다. 그리고 이 위험 가득한 여행길에서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서로를 향한 사랑 깊숙한 곳에 자리한, 그동안 잊혔던 어두운 상처들을 만나게 되는데…….



    추천사

    아름다운 동화 같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올해 《파묻힌 거인》보다 더 중요한 소설은 출간되지 않으리라. 그리고 또 하나. 피터 잭슨이 영화로 만들면 더없이 멋질 것이다. 
    - 더 타임스

    맨부커상 수상작가의 작품에서 도깨비나 용을 보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럼에도 10년 만에 내놓은 그의 작품은 그만의 색채를 그대로 간직한 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뒤흔들어놓는다. [……] 놀라움 그 자체. 
    - 파이낸셜 타임스

    우리 시대 상실을 가장 유려하게 그려내는 작가. 
    - 조이스 캐롤 오츠

    이시구로는 생존하는 영국 소설가 중 최고에 속한다. 21세기 초에 글을 쓰는 작가를 통틀어 이시구로만큼 집요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사람을 서로에게 묶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가, 역사의 심오한 부분을 다루는 작가, 사랑의 감성적이지 않은 부분을 다루는 작가. 
    - 텔레그래프 / 런던

    누군가 내 목에 칼끝을 겨누며 이시구로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파묻힌 거인]을 고르겠다. 
    - 데이비드 미첼([클라우드 아틀라스] 작가)

    걸작이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좀처럼 떠나보낼 수가 없다. 
    - 뉴욕 타임스

    [파묻힌 거인]은 올해의 문학적 사건이다. 
    - NPR

    웅장하면서도 마음을 뒤흔드는 소설. 이시구로가 썼던 작품과 전혀 다르면서도 가장 이시구로다운 작품이다. [……]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 워싱턴 포스트

    몽환적인 여정…… 읽기는 쉽지만 잊기는 어렵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기억과 죄책감에 대해, 우리가 집단 차원에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회상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있게 파헤친다. [……] 기억하라는 의무에 충실하려는 사람과 빨리 잊으려는 사람에 관한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이야기. 
    - 가디언

    아무리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도 이시구로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은 이 땅에 단단히 발을 디딘 것이 되고 만다. [……] 전쟁과 사랑, 기억에 관해 제기되는 물음에 전부 답해주지 않고, 또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거인을 비롯한 모든 것마저 매혹적인 깊은 여정으로 우리를 데려갈 뿐이다. 
    - 인디펜던트 / 런던

    [파묻힌 거인]은 이시구로의 가장 이례적인 작품이자, 또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 북포럼 

    이시구로의 소설에서는,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 말하자면 죽음을 제외한 모든 것을. 
    - 애틀랜틱






    본문중에서
    "지금도 거기 있나요, 액슬?"
    "지금도 여기 있어요, 공주." 
    (/ p.48)

    그의 옆에서 비어트리스가 몸을 뒤척였지만 눈은 여전히 감은 채였고 숨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그럴 때면 늘 그렇듯 액슬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가슴속에 따사로운 기쁨의 감각이 차오르기를 기다렸다. 예상했던 대로 곧 그런 감각을 느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어딘가 슬픔이 묻어났다. 이런 느낌에 놀란 액슬은 아내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렇게 하면 어두운 그늘을 몰아낼 수 있다는 듯이.
    (/ p.107)

    "무한한 자비를 가진 신이 무슨 소용이 있지요? 신부님은 절 이교도라고 놀리지만 우리 조상이 믿는 신들은 그들의 방식을 명확하게 밝히고 우리가 그 법을 어겼을 때 엄격하게 벌을 내립니다. 신부님의 기독교에서 믿는 자비의 신은 사람들이 몇 차례의 기도와 작은 속죄로도 용서와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탐욕을 추구하고 땅과 피를 향한 갈망을 좇도록 자유를 주어요." 
    (/ p.226)

    "그런데 부인, 당신은 이 안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확신하나요? 우리가 알지 못하게 감춰져 있는 편이 더 좋은 것도 있지 않을까요?"
    (/ p.264)

    "케리그가 죽고 이 안개가 사라지게 되면 말이오. 그래서 기억들이 돌아오고 내가 당신을 실망시켰던 기억들도 생각나면 말이오. 혹은 한때 내가 저질렀던 어두운 소행들이 기억나서, 당신이 날 다시 보게 되고,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사람이 더 이상 진짜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말이오. 이것만은 약속해줘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내게 느끼는 그 마음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줘요." 
    (/ p.383)


    댓글